‘나 자신’과 ‘내 아이’

일생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시기인 영유아기. 좋은 부모가 되고자 육아책을 들여다보지만 그럴수록 걱정과 자괴감에만 빠져들게 된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이상적인 육아를 좇으며 스트레스를 억누르는 것은 오히려 부모 자신과 아이에게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상은 이상일 뿐 정말 중요한 것은 부모가 ‘나 자신’과 ‘내 아이’의 상태와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맞춤형 개선을 추구하는 일이라는 의미다. 부모와 아이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기관에서 이를 어떻게 연계하고 지원할 수 있는지에 대해 해답을 얻기 위해 곽금주 교수를 직접 만나 보았다. [취재 김슬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발달심리학 연구자로서,

30여 년간 연구해 오신 국내외 아동발달 심리학과 심리 검사 개발의 동향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1993년에 웩슬러 지능검사(WISC)를 처음 접한 후 그 매력에 빠져 1996년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 웩슬러 유아 지능검사(K-WPPSI-R)』(박혜원, 곽금주, 박광배 공저)를 출시하게 되면서 ‘검사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심리 검사 개발에 있어 심리학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전문 심리학자가 심리 검사 개발을 진행하고, 그 검사를 임상 현장에서 활용하게 되지요. 특히 지능과 같이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운 분야의 경우, 그만큼 분야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적합한 측정 도구를 개발하여 올바른 결과 해석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춘 심리학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웩슬러 아동지능검사의 한국판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01년에 한국 웩슬러 아동지능검사 3판(K-WISC-III; 곽금주, 박혜원, 김청택)을 출시하게 되었고, 이후 한국 웩슬러 아동지능검사 4판(K-WISC-IV; 곽금주,

오상우, 김청택, 2011), 한국 웩슬러 아동지능검사 5판(K-WISC-V; 곽금주, 장승민,2019)까지 출시하면서 지능검사 개발을 지속해 왔습니다.

지능검사 개발 외에도 2002년도부터 약 500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종단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중학생이 될 때까지 약 15년에 걸쳐 다양한 발달 요인들을 관찰하여 연구하였고, 이 연구를 바탕으로 이번에 새롭게 『기초 유아발달 및 육아 검사(BCD-PT-I)』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영유아기는 한 개인의 생애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렇기에 이 시기의 정상적인 발달은 매우 중요하고, 발달이 지연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히 개입할수록 향상 효과가 훨씬 더 크지요. 그러나 현재 현장에서 사용되는 발달 검사는 인지·사회성 등 한 영역에만 집중되어 전반적인 발달을 아우르는 검사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유아들의 인지·사회성·정서·언어 능력을 통합적으로 측정하는 발달 검사인 『기초 유아발달 및 육아 검사-I』를 개발하게 된 계기도 바로 이 때문이지요.

오랜 연구의 결실 중 하나로, 이번에 새롭게 개발하시게 된

‘기초 유아발달 및 육아 검사-I’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기초 유아발달 및 육아 검사(BCD-PT-I)』는 ‘기초 유아발달 검사’와 ‘육아 검사’ 두 종류로 나뉩니다.

기초 유아발달 검사란 부모 보고를 통하여 만 3세에서 5세 아이들의 전반적인 발달 상태를 이해하고 평가하기 위한 기초적인 검사입니다. 유아기 발달은 아동기를 넘어서 인생 전반에 걸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 시기 발달 과정과 특징을 알아보고 이해하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이 검사에서는 아이의 인지·정서·사회성·언어 능력을 측정하여 기초적인 발달 상태를 파악합니다.

육아 검사란 부모의 전반적인 양육 특성을 측정합니다. 부모는 아이의 성장 과정에 가장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죠.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내 아이’를 이해하고 인지하는 것만큼 ‘나 자신’은 어떤 부모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검사에서는 부모의 육아 조절력, 육아 스트레스, 아이에 대한 이해·반응 정도를 측정합니다.

해당 검사는 아이의 발달 특성뿐만 아니라 부모의 육아 특성도 함께 측정하기 때문에, 검사 결과를 통해 아이 발달과 육아 방식의 부족한 측면을 통합적으로 진단하여 보강할 수 있습니다. 원 현장에서는 놀이 지원의 기초 자료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부모교육 또는 면담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기초 검사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발달 수준과 부모의 육아 특성을 각 10-20분 정도의 시간 동안 쉽고 빠르게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요.

‘기초 유아발달 및 육아 검사-I’가 기존 현장에서 사용되던 심리검사와 구별되는

특별한 차이점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다른가요?

『기초 유아발달 및 육아 검사-I』는 기존 현장에서 사용하는 발달 검사와 달리 각 연령에 따라 문항 구성과 점수 기준 등에 차이를 두었기 때문에, 3세, 4세, 5세의 주요 발달 특징을 보다 명확하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지 능력을 측정하는 문항에서 만 3세의 문항은 ‘형태 지각·공간 지각·수 세기’ 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반면, 만 4세 문항에는 ‘추론 능력·그림 표현’ 등이 추가되며, 만 5세 문항에는 ‘간단한 물리적 법칙에 대한 이해도 측정’ 등이 추가됩니다.

따라서 각 연령별 전반적 발달 특징의 차이점을 비교할 수 있으며, 한 아이가 3세 때 실시한 검사 결과와 5세 때 실시한 검사 결과를 비교하여 정상 발달이 지속되고 있는지, 발달이 느린 영역이 어떤 부분인지를 심층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기초 유아발달 및 육아 검사-I』는 이러한 연령별 기준점을 잡기 위해 전국 규모의 유아를 대상으로 실시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신뢰성 높고 타당한 검사도구입니다.

영유아의 심리 지원을 위해 현장 교직원들에게 전해 주실 팁이 있으시다면?

유아교육 현장에서는 선생님 한 분이 여러 명의 아이를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각 아이의 개별적인 발달 특성을 파악하고 개별적으로 지도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또한, 아이들의 발달 상태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이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양육자의 심리 상태, 가정환경의 특성도 파악해야 하는데, 이를 교직원들이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요.

이때 『기초 유아발달 및 육아 검사-I』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해당 검사를 통해 유아발달뿐만 아니라 부모의 전반적인 육아 성향과 태도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검사 실시와 결과 해석이 간편하여 원에서 활용도가 높습니다. 교직원들이 기초 유아발달 및 육아 검사의 결과를 바탕으로 아이들의 개별적인 발달 상태를 파악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놀이를 지원한다면 아이들의 발달 향상을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가정에서 아이들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 양육자들에게 전해 주실 말씀이 있다면?

좋은 육아는 이상을 좇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를 좇아가는 것입니다. 내 아이의 발달 수준이 해당 연령의 전반적인 발달 수준에 비해 늦다고 해서 곧바로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내 아이의 개별 특성과 발달 수준에 맞춰 반응을 해 주고, 내 아이에게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정확히 진단하여 보완해 준다면, 충분히 발달의 향상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어릴수록 회복과 향상도 빠르기 때문에 기초 유아발달 검사를 통해 내 아이의 개별적 상태를 파악하여 지원해 준다면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흔히 좋은 양육을 판단하는 기준점은 ‘자녀’가 되곤 합니다. 그러나 자녀 못지않게 부모 자신의 육아 특성과 심리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시되어야 합니다. 부모는 자신이 현재 육아 스트레스를 얼마나 경험하는지, 육아에 너무 지쳐있는 것은 아닌지, 스트레스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 이러한 특성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육아 검사’를 활용한다면 자신의 심리 상태와 양육 태도를 점검하고, 부족한 영역을 보완할 방법을 구체적으로 모색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터치랩의 계획과 비전은 무엇인가요?

㈜인터치랩은 아이의 발달 및 부모의 육아 관련 검사를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연구소입니다. 본 연구소는 아이들의 정상적인 발달과 유아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30여 년간의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기초 유아발달 및 육아 검사-I』를 개발하였으며, 이를 시작으로 다양한 발달 검사와 부모 육아 검사를 개발할 계획입니다.

『기초 유아발달 및 육아 검사-I』와 이후 개발될 검사들은 어린이집, 유치원, 지원센터 등 영유아 보육 및 교육과 관련된 각종 기관에서 교육 지원, 부모 교육 등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여러 지역 및 발달 수준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데이터 수집을 진행하여 다양한 형태의 원과 가정에서 간편하게 실시할 수 있는 검사의 개발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나아가 유아 상담, 부모 상담 등 개별 상담 프로그램도 제공할 예정이며, 발달 지연 아동을 위한 향상 지원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인터치랩의 전문적인 검사와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영유아, 부모, 교사 모두 행복한 성장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Edit 김슬아 기자

ⓒ (주)꼬망세미디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이미지 무단 사용·상업적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