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와 소통하는 이야기를 그리다’
그림책 작가 김영진
아침부터 잠자리에 들기 직전까지 아이들은 그림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이에 학부모와 교사도 그림책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일상을 소재로 하여 끊임없이 독자들과 소통하는 그림책. 그리고 이를 완성하는 작가 김영진을 만나보자.
Q 이야기 소재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대부분 실생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요. 평소에도 아이들의 행동과 말을 유심히 관찰해요. 아들의 유치원 등하원을 도우면서 아이들이 친구들과 만나면 어떻게 행동하는지도 유심히 봐요. 특히 <아빠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의 그림은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이 그림 소재가 되었어요. 실제로 아이와 유치원에 등원해서 점심시간까지 함께하면서 아이들을 관찰하고 아이디어를 얻었답니다. 일반적으로 아빠들은 아이의 유치원 생활을 체험할기회가 별로 없거든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어 좋았고 특히 아이들이 급간식을 어떻게 먹는지 관찰하는 시간이 재미있더라고요.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Q 아이를 위한 그림책인 만큼 작업을 할 때 특별히 고려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점인가요?
아이들이 재미나게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제일 큽니다. 어른들도 재미없는 책은 읽지 않잖아요. 아이들을 위한 책은 더욱 재미 요소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음식도 보기 좋게 차려야 사람들이 좋아하듯이 그림을 그릴 때는 표정, 손동작, 발가락의 각도, 감정 표현 등 세심한 부분을 신경 써서 작업하고 있어요. 독자들이 그림을 보면서 좀 더 공감하고 즐거워하도록 말이지요. 아이들이 책과 가까워지는 것이 제 바람이에요. 그러려면 책이 재미있어야 해요. 어릴 때 책을 재미있게 느껴야 커서도 책을 멀리하지 않겠지요. 그리고 그림책을 함께 읽는 부모와 아이 간의 소통을 이끌어 내는 것이 그림책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서로에게 끈끈한 질문과 대답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야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재미있고 의미 있어야 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책을 재밌게 만들 수 있을까?’, ‘주제를 재미있게 전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항상 고민합니다.
Q 아빠로서 평소 자녀와의 관계는 어떠신가요?
가능한 한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해요. 그런데 요즘에는 아이들이 아빠인 저보다 스마트 기기를 더욱 반긴다는 생각이 들어서 불안해져요. ‘스마트 기기만 가지고 놀다가 책을 멀리하게 되지는 않까?’ 하는 마음에서요. 아이가 책을 읽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책으로만 느낄 수 있는 장점과 즐거움을 아이가 경험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아이와 함께할 때는 주로 책을 읽어줍니다. 야외에서 뛰어노는 시간도 많이 가지려고 노력하고요.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항상 불안했던 기억이 있어요. 간혹 부모님이 화를 내시기라도 하면 ‘나를 진짜 사랑하나?’ 의심도 하고요. 하지만 아빠가 되고 보니 부모의 마음이 이해돼요. 그래서 아이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충분히 표현하려고 노력해요.
Q 자녀들도 아빠가 만든 책을 좋아하는지요?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를 그릴 때부터 공간적 배경은 아이들과 같이 다니던 곳과 실제 살고 있는 집을 표현한 것이죠. 캐릭터가 입고 있는 의상도 아이들이나 친누이가 어릴 때 입었던 옷인 경우가 많고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그림을 친근하게 느끼고 내용에 쉽게 공감할 수 있어서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 자신에게 의미 있는 공간을 그릴 때 더욱 사실적인 표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평범한 사물이나 특별할 것 없는 공간이라도 직접 에피소드를 겪었던 곳을 그릴 때 그림에 대한 애착을 갖게 돼요. 그런 의미에서 집에서도 아이디어를 많이 얻어요. 덕분에 제 책에는 실제 우리 가족이 많이 등장한답니다.

Ⓒ 고대영 글 ‧ 김영진 그림, <싸워도 돼요?>, 길벗어린이
Q 최근 일하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이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셨는데요.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에 대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나요?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는 워킹맘인 친누이와 조카를 모델로 했어요. 그리고 저의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관계를 떠올리며 작업했지요. 직장에 다니시던 어머니가 간혹 짜증을 내시면 어린 마음에 ‘엄마가 나를 미워하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상처도 받았어요. 하지만 돌이켜보니 종일 힘들게 일하고 들어왔는데 집에서 자식이 말썽을 부리고 있으니 얼마나 힘드셨을지 이해돼요. 당시 “엄마가 회사 일로 무척 힘들어서 짜증을 냈지만 너를 무척 사랑한단다.”라고 저에게 이야기해주셨다면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을까요. 주말에 놀이터에 나가보면 아이들과 실랑이를 하고 후회하는 아빠들을 많이 봐요. 그리고 아빠들은 아무리 술에 취해 늦게 귀가하더라도 아이들의 자는 모습을 빼먹지 않고 보지요. 하지만 아이들은 이런 아빠의 모습을 실제로 보지 못하니 그 마음을 알 길이 없어요. 그저 약속도 잘 안 지키고 화만 내는 아빠의 모습을 기억할 뿐이죠. <아빠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에는 이런 아빠의 애틋한 마음을 담았어요. 아이가 아빠의 진심을 느낄 수 있도록 모든 아빠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길 바랍니다. 회사에서 있었던 일, 동료와의 관계와 같은 평범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건네 보세요. 소통을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것은 아이와의 관계에서도 적용되는 기술이지요.

꼬망세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
‘아빠’ 김영진이 아이와 책 읽는 방법
저는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품에 안는 자세로 책을 읽어줘요. 자연스럽게 아빠의 가슴과 아이의 등이 맞닿는 자세라서 서로 볼을 부비며 체온을 느끼고, 숨소리까지 들릴 만큼 가까워질 수 있어요. 아이와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도 좋지만 정서적으로 민감한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심장소리를 듣고 체온을 느끼는 것이 최고의 교감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하루에 3권씩 30분이라도 아이와 교감하며 책을 읽는다면 학원 3군데를 다니는 것보다 유익하지 않을까요?
‘작가’ 김영진의 작업
다음에는 잃어버린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아이들은 뭔가를 항상 잃어버리고 찾는 일을 반복하지요.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아내가 이야기로 만들어보면 어떠냐고 제안했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새로운 이야기를 하게 될 거예요. 작업실 서가에 빈칸이 있는데 그 공간을 저의 책으로 채울 때까지 작업을 계속하기로 마음먹었거든요. 작업 기간을 계산하니 90살까지는 꾸준히 작업해야 할 듯해요. 다행히 해외에서 판권을 사 간 책들이 출간되어서 조금씩 서가가 메워지고 있네요.
‘유아교육기관’에 추천하는 그림책
권혁도 작가의 <꽃과 나비>는 아이들과 자주 보는 책이에요. 시중에 도감류의 책이 많지만, 권 작가의 그림에는 물기가 묻어난다는 느낌이랄까? 우리나라에서는 물론이고 세계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해요. 유아교육기관에서도 아이들이 꼭 봤으면 해요. 자연을 섬세하게 표현했기 때문에 도시에서 나고 자라는 아이들에게 더없이 유익한 책이라고 생각해요.

취재 박진주 기자 | 위 컨텐츠는 월간)꼬망세 본책 2015년 04월 [NOW 인터뷰]에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월간)꼬망세에는 더 많은 정보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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